사실 보통 사람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내용은 “싸움에서도 정당방위가 인정될 수 있는가?” 입니다. 법정에서 변호인이 정당방위 주장을 가장 많이 하는 경우가 서로 싸우다가 재판을 받는 경우입니다. 싸움의 경우 가해행위는 방위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질을 가지고, 상호간의 침해를 유발한 것이기 때문에 정당방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입니다. 예외적으로 주먹으로 싸우다가 한쪽 당사자가 흉기를 빼 든 경우와 같이,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정도를 초과한 과격한 행위가 있는 경우에는 정당방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정당방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미국에서는 오히려 정당방위 인정범위를 좁혀야 한다는 논의가 있습니다. 각 나라의 사회 실정과 문화가 다른 만큼 정당방위라고 생각되는 범위가 다른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우리 법원의 판례에 대해서는 정당방위의 요건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많은 분들이 하고계실텐데요.
법원의 태도
법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대부분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의 법원은 정당방위 인정에 상당히 보수적입니다.
형법 제21조는 “①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에는 정황에 의하여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③ 전항의 경우에 그 행위가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 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1. 정당방위의 요건 : ①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 ② 방위행위 ③ 상당한 이유
2. ‘상당한 이유’의 판단 기준 : ① 침해행위에 의하여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 정도, ② 침해의 방법, ③ 침해행위의 완급, ④ 방위행위에 의하여 침해될 법익의 종류, 정도를 참작하여 판단합니다.
형법 제21조 소정의 정당방위가 성립하려면 침해행위에 의하여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과 방위행위에 의하여 침해될 법익의 종류,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들을 참작하여 방위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도2540 판결 등 참조).
3. 과잉방위의 요건 :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 하더라도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 즉 방위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형법 제21조 제2항의 과잉방위에 해당합니다.
4. 적극적 반격의 허용 여부 :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허용됩니다.
정당방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방어행위에는 순수한 수비적 방어뿐 아니라 적극적 반격을 포함하는 반격방어의 행태도 포함되나, 그 방어행위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대법원 2007. 9. 21. 선고 2007도3000 판결, 대법원 2005. 9. 29. 선고 2005도5154 판결, 대법원 2001. 5. 15. 선고 2001도1089 판결 등 참조).
5. 싸움, 격투에서 정당방위의 허용 여부 : ① 피해자가 일방적으로 위법한 공격을 하였고, ② 피의자·피고인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적극적 공격이 아닌 저항수단으로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 허용됩니다.
요건이 꽤 세부적이죠. 간단히 정리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것은 규정상 매우 어렵다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실제 사례로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알아보겠습니다.
정당방위 인정되는 경우
싸움을 함에 있어서의 격투자의 행위는 서로 상대방에게 대하여 공격을 함과 동시에 방위를 하는 것이므로 그중 일방 당사자의 행위만을 부당한 침해라하고, 다른 당사자의 행위만을 정당방위에 해당하는 행위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나, 격투를 하는 자 중의 한사람의 공격이 그 격투에서 당연히 예상을 할 수 있는 정도를 초과하여 살인의 흉기등을 사용하여 온 경우에는 이는 역시 부당한 침해라고 아니할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하여는 정당방위를 허용하여야 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68. 5. 7. 선고 68도370 판결).
흉기 등 예상 초과 공격을 당한 경우
말다툼 후 소지한 칼을 들고 달려드는 상대방에게 수 차례 만류하였으나 소용이 없자 바닥에 있던 유리조각으로 상대 복부를 찔러 사망 -> 정당방위 인정
정당방위 인정되지 않은 사례
가해자의 행위가 피해자의 부당한 공격을 방위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가 먼저 공격을 받고 이에 대항하여 가해하게 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한 경우, 그 가해행위는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가지므로 정당방위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0. 3. 28. 선고 2000도228 판결 참조).
피해자의 침해행위에 대하여 자기의 권리를 방위하기 위한 부득이한 행위가 아니고, 그 침해행위에서 벗어난 후 분을 풀려는 목적에서 나온 공격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6. 4. 9. 선고 96도241 판결, 대법원 1986. 2. 11. 선고 85도2642 판결).
판례에서 요구되는 정당방위의 요건을 충족하는 것은 실제 매우 어려운 일 입니다. 싸움이 발생한 경우 정당방위 요건을 충족한 상황일지라도 명확한 객관적 증거가 없는 경우라면 일반적인 싸움이라는 상대측 주장이 인정되어 쌍방폭행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원론적으로 싸움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폭행, 싸움에 연루되었다면 주변 CCTV, 주차된 차량 블랙박스, 목격자 확보를 최우선적으로 진행하고 신속히 변호사에게 조언이나 도움을 청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법률적 다툼으로까지 비화된다면 시간적, 경제적 손해는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모든 형사사건이 그렇듯 사건발생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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