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시행된 국민참여재판제도는 형사재판에 일반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제도입니다. 피고인과 이웃한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민들'이 사건의 진상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경우를 감안해, 형사재판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더하고 사법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감소시키고자 도입되었습니다. 2012년부터는 국민참여재판을 벌일 수 있는 범죄의 종류에 대한 제한이 사라졌으며, 다만 법정형이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단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형에 해당하는 형사'합의부사건'에 대해서 참여재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국민참여재판 신청과 절차
법원의 공소장 부본을 받은 피고인은 이를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국민참여재판을 원한다는 서류를 법원에 제출할 수 있습니다. 이 기간 내에 신청서류가 제출되지 않는다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 일반적인 형사재판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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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형사재판 |
국민참여재판 |
판단주체 |
판사 |
8명 (예비배심원 1명)의 배심원평결 + 판사에 의한 유무죄판단 |
시간 |
통상 20~40분 |
8시간 이상 |
절차 |
통상적인 공판절차 및 판결선고 |
① 배심원 선정 ② 공판절차 ③ 평의절차 ④ 판결선고 |
재판을 마친 배심원들은 피고인의 유무죄에 대해 평결할 뿐이고, 법원은 이러한 배심원의 평결과 의견에 구속되지는 않습니다. 배심원단의 평결이나 의견과 완전히 다른 판결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실제로 배심원의 평결과 판사의 판결은 약 90% 이상 일치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그림=법률신문 '최초의 국민참여재판')
무죄 선고율은 얼마나 될까
국민참여재판의 무죄율은 지난 12년간 10.9%을 유지했다고 전해집니다. 전체 형사재판의 무죄율이 1~3%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실무적으로도 피고인이 범죄를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하는 경우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는 때가 많았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의 가장 큰 장점은 법률전문가인 법관이 아니라 '일반적인 평균인'의 관점에서 판단받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피고인이 범죄를 일부 인정하더라도 심신미약이나 그 밖에 형을 감경할만한 사유가 풍부한 사건의 경우 국민참여재판을 선택해 변론의 기회를 충분히 가지기도 합니다.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내가 한 행위가 '불법'인 줄 몰랐다"는 경우에도 국민참여재판을 하는 때가 있었습니다.
국민참여재판 무죄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는 경우,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없을까요?
1심에서 국민참여재판을 거친 사건이라도, 2심은 일반적인 재판이 진행됩니다. 이 때문에, 1심에 대한 피고인과 검찰의 불복심리가 강해 일반 재판보다도 항소율이 조금 더 높다고 전해지는데요. 하지만 2심에서 판결이 뒤집히는 비율은 현저히 낮습니다. 대법원은 ‘배심원들이 만장일치로 내린 무죄 평결을 재판부가 수용한 판단에 대해, 1심을 뒤집을 만한 명백하고 새로운 증거가 없는 한 항소심이 이를 뒤집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 바 있습니다.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의 형식으로 진행된 형사공판절차에서, 엄격한 선정절차를 거쳐 양식 있는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이 사실의 인정에 관하여 재판부에 제시하는 집단적 의견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및 공판중심주의하에서 증거의 취사와 사실의 인정에 관한 전권을 가지는 사실심 법관의 판단을 돕기 위한 권고적 효력을 가지는 것인바, (중략) 항소심에서의 새로운 증거조사를 통해 그에 명백히 반대되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 한 한층 더 존중될 필요가 있다.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14065, 판결
성범죄 선고는 어떨까
성범죄 국민참여재판의 무죄율은 다른 사건의 무죄율보다 더 높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지난 12년간의 성범죄 국민참여재판의 평균 무죄율은 20.1%로, 이는 앞서 말한 일반적인 사건의 무죄율보다 두 배 더 높은 수치입니다.
이는 성범죄의 특성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때로 성범죄는 공소사실 자체가 애매하거나 피고인과 피해자의 진술이 크게 엇갈리는 때가 많고, 다른 물적증거가 없어 '피해자의 진술'만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가 많습니다. 또, 요즘은 국민적 여론과 사회적 풍조 등에 의해 사실상의 '피해자 감수성'이 강조되고 있죠. 따라서, 간혹 억울한 사정으로 성범죄에 연루된 피의자라도 이러한 복합적인 상황들에 의해 애초 수사단계에서부터 다소 불리한 입장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럴 땐 배심원단의 '일반적인 법 감정'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배심원단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진술을 각각 들어보고, 법률 뿐만 아니라 평상시의 경험을 기준으로 사안을 바라봅니다. 수사기관이나 법관의 심증보다 더 다양한 시각이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죠.
피고인은 수사과정에서부터 겪었을 부당한 부분을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일시중지시키고, 자칫 피해자 측으로 편향되었을지도 모를 사건에서도 배심원단의 공감을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경우에 적용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나의 형사사건에 법률가의 기준이 아닌 일반인의 기준과 판단도 반영되므로 국민참여재판은 '결백'을 주장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 어느때보다 신중해야
그러나 단순히 국민참여재판을 '무죄의 수단'으로만 삼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중견의 한 부장판사는, "유무죄를 치열하게 다투는 피고인들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기 때문에 당연히 일반 재판보다 국민참여재판의 무죄율이 높을 뿐"이라고 설명합니다. 애초 무죄 가능성이 높은 사건에서 참여재판 신청이 많을 뿐, 성범죄라고 해서 모두 무죄는 아니란겁니다. 배심원 또한 여론이므로, 지금과 같이 성범죄에 대한 국민적 감정이 들끓는 상황에선 사실관계에 따른 신중한 검토와 판단이 필요합니다.
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다 하더라도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일지의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때문에, 자신의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시키고자 하는 분이라면, 실무 경험이 풍부한 형사전문변호사와 상담해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조력을 얻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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