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고소를 당했을 시 그 내용이나 죄목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없었습니다. 적어도 경찰서나 검찰청에 출석해 피의자 신문을 받은 뒤에야 내용을 알 수 있었죠.
물론 수사기관의 자체 내부 지침에 따라 종종 내용을 고지해 주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내부 지침이다 보니 그 활용에 있어 접근이 쉽지 않았고, 담당 경찰관도 피해자의 이의 제기 혹은 증거인멸이나 도주 등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2017년, 경찰은 ‘경찰 수사서류 열람·복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해 고소장, 고발장, 진정서 등을 열람·복사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형사사건 정보공개청구제도
경찰 수사서류 열람·복사에 관한 규칙
제3조(신청인 및 신청가능서류)
① 사건관계인·참고인, 그 대리인은 수사 중인 기록, 내사 중인 기록, 종결된 내사 기록 중 본인진술서류 및 본인제출서류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열람·복사를 신청할 수 있다. 다만, 대질신문 조서의 경우 본인 진술부분에 한하여 신청할 수 있다.
② 피의자·피진정인, 그 변호인은 필요한 사유를 소명하고 고소장, 고발장, 진정서의 열람·복사를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고소·고발장, 진정서의 내용 중 혐의사실에 한정하고 개인정보, 혐의사실 중 참고인에 관한 사실, 증거방법 및 첨부된 제출서류 등은 제외한다.
③ 구속영장이 청구되거나 체포 또는 구속된 피의자, 그 변호인,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나 동거인 또는 고용주는 긴급체포서, 현행범인체포서, 체포영장, 구속영장의 열람·복사를 신청할 수 있다.
④ 긴급체포 후 석방된 사람 또는 그 변호인,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는 체포통지서, 긴급체포 승인건의서의 열람·복사를 신청할 수 있다.
[경찰청예규 제524호, 2017. 6. 21., 제정]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질의문도 남겼습니다.
Q. 제3조 제2항의 '혐의사실'은 어떤 의미인가?
A. 경찰 수사서류 공개의 핵심은 고소, 고발장에 있는 범죄사실에 관한 부분이다. 어떤 사유로 수사기관에서 출석을 요구하는지를 아는 것이 방어권 행사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구체적인 증거나 참고인은 공개되어서는 곤란하다. 고소인의 고소권이 침해되거나 중요한 참고인에 대한 위협 등이 우려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3조 제2항에 혐의사실에 한정하고 개인 정보, 참고인, 첨부 서류 등은 제외했다.
우리나라 형법은 전 과정에 있어 무죄추정의 원칙 이론이 지배하고 있으며, 수사의 형태도 원칙적으로 불구속 수사를 유지하는 등 피고소인의 방어권에 대해 폭넓게 보장하고 있습니다.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권리'와 '진술거부권에 대한 고지','신뢰할 수 있는 자와의 동석' 등의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고요.
이에 추가적으로 가해자가 고소 내용을 알고 이를 어느 정도 대비하는 것도, 피의자 방어권 행사에 있어 중요한 절차라고 인식한 것입니다.
가해자의 입장
피의자의 경우, 경찰 수사 단계에서 이 제도를 적극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고소장 열람·복사 신청은 인터넷, 우편을 이용하거나 관할 경찰서를 방문해 정보공개청구의 방법으로 접수할 수 있습니다. 정보공개청구서에는 청구인 인적 사항과 청구 내용 등을 기재하는 것으로 신청이 끝납니다. 고소장은 우편이나 팩스 또는 이메일로 받아볼 수도 있습니다. 관할 경찰서는 고소장 정보공개청구 접수를 한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고소장을 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실무적으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청 후 일주일 내외로 고소장이 발송됩니다.
경찰서에서 피의자로 출석하여 피의자 신문을 받은 후라면, 해당 피의자 신문조서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간혹 사안이 경미하다고 생각되어 첫 조사에 홀로 응했다가, 늦게서야 변호인을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만일 이미 조사가 한차례 끝난 상황이라면, 피의자 신문조서를 지참해 변호인과 상담하시길 권유 드립니다. 지금까지의 전개 상황을 토대로 앞으로의 전략도 적극적으로 계획할 수 있습니다.
또 검찰에 고소를 당한 경우라도 고소장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엔 사이트를 이용할 것이 아니라, 관할 검찰청 민원실에 가서 수사기록(고소장) 열람·등사 신청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검찰도 고소장 열람·등사에 폭넓게 협조해 주고 있습니다. 검찰 피의자 신문을 받은 경우라도 해당 검찰청에 열람 복사 신청을 하여 복사가 가능합니다.
피해자의 입장
자신이 고소인이라면, 고소 후 해당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매우 궁금할 것입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수사 중인 사건 내용은 정보공개청구가 불가합니다. 만일 청구 신청을 한다 하더라도 ‘비공개대상정보’의 사유로 비공개 결정 처분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본인이 고소한 사건이 검찰 기소까지 끝나 공판 단계에 들어갔다면, 이때 고소인은 '피해자'신분을 가져 사건에 대한 열람 복사가 가능합니다. 혹 사건이 불기소처분을 받았다면, 각 검찰청이나 지청에서 '불기소처분 사유서'를 받아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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