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성추행'이란, 의도적으로 상대방의 신체를 만짐으로써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라고 많이들 생각하십니다. 그러나 '성추행' 은 법률적으로 규정된 용어가 아니고, 법원은 '강제추행'이라는 법률상의 정식 명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00조(미수범) 제297조, 제297조의 2, 제298조 및 제299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주객체에 대한 요건
남녀의 구별이 없이 '폭행 혹은 협박을 사용하여 추행한 자'가 주체로 규정되어 있다는 것에서 여자는 물론 남자도 강제추행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즉, 군대 내에서 벌어지는 동성추행의 경우에도 해당 죄가 성립합니다.
상황 요건
또, 타인의 반항 불능 내지는 반항이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서 성립된다기보다는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하고 '타인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다면 강제추행의 성립요건을 인정합니다. 대법원은 폭행 행위가 따로 없다고 하더라도 추행 자체를 폭행으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강제추행죄에 있어서 폭행 또는 협박을 한다 함은 먼저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그 항거를 제압한 후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는 것이라 할 것이고, 이 경우에 있어서의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다만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
대법원 2002.4.26 2001도2417(공보 2002, 1306)
이에 따라, 클럽에서 함께 춤을 추다 은근슬쩍 상대방의 허리에 손을 댄 행위도 강제추행이라고 보고 있으며, 이성에게 러브샷을 강요한 때에도 강제추행을 물은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분명, 협박이나 폭행의 정도가 강간죄 등의 성범죄보다 더 넓게 해석되고 있다는 것이죠.
신체적 요건
범죄가 성립되는 신체 부위는 특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엄밀히 말해 '신체 모든 부위'가 해당된다고 말할 수 있으며, 특별히 예민한 부위가 아니더라도 뺨, 머리, 손등 등을 쓰다듬는 행위도 강제추행이 성립됩니다. 머리나 어깨를 쓰다듬었다고 하면, 언뜻 생각하기에 어떠한 성적 만족이나 자극을 위한 의도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실제 그런 행위를 한 자도 '상대방을 위로하는 차원이었다'라고는 항변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이러한 부위조차도 피해자가 원치 않은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느꼈다면 상황에 따라 성추행 고소 내지는 강제추행 고소가 가능합니다.
불쾌하면 다인가
이에 따라 상대가 불쾌함을 느꼈다면 무조건 성추행이 성립되나 하는 세간의 우려도 있지만, 법원은 '상대방의 의사나 연령대, 성별, 쌍방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양태, 주위의 상황, 사회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신중히 결정하겠다'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이에 따라 '예기치 못했던 악수' 나 '일방적인 노출' 등은 강제추행이 성립되지 않은 때가 많았는데요. 어떠한 행동으로 인해 본인이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느꼈다고 한들, 그 감정이 '주관적'인 것에 불과하고 '객관적'인 정도가 아니라면 강제추행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청주지법 강제추행 - 무죄
사건개요 : 깁스를 한 환자 A씨가 간호조무사의 엉덩이를 만지고, 이에 항의하자 욕설을 하며 손가락으로 배를 3회 찌름
목격자 : 간호사 이름을 수차례 부르는데 대답이 없어, 손으로 부르다 신체적 접촉이 가해졌다 진술
피해자 진술 : 엉덩이보다 배를 친 것이 더 화가 나서 성추행 고소했다 진술
판결 : 당일 수술을 마쳐 깁스를 한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추행할 마음이 생기기는 어렵다고 판단. 또, 배를 찔렀다는 사실은 피고인의 항변이었는데 피해자의 진술로 인해 피고인의 의견이 더욱 확실시됨.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에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 창원지법 강제추행 - 무죄
사건개요 : 공장직원 B씨가 옆에 있던 동료직원을 누군가 부르자, 한 손으로는 부르는 이를 가르키고 한 손으로는 해당 동료의 신체를 만짐
피해자 진술 : B씨의 손이 왼쪽 겨드랑이 사이로 들어오며 왼쪽 가슴 바로 옆을 만지고 갔다
피고인 진술 : 찾는 사람을 가리켜 주다가 그쪽을 보라는 의미로 어깨 쪽을 친 것에 불과하다
판결 : 사건이 벌어진 장소가 매우 개방적인 공장이고, 주변에 근로자도 여러 명 있었으며 피해자는 B씨를 등지고 있는 상태에서 접촉에 대한 느낌을 받은 것. 손이 겨드랑이 안쪽까지 닿았다고 하더라도, 당시 상황이나 B씨의 의도를 예민하게 받아들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대전지법 천안지원 강제추행 - 무죄
사건개요 : 음식점 종업원이 설거지를 하던 도중, 사장 C씨가 종아리를 쓰다듬음
피고인 진술 : 해당 종업원의 다리가 수저통 근처에 있었는데, 수저를 넣다가 다리를 치우기 위해 종아리 부위가 접촉했다
판결 : 범행 장소인 음식점은 주방과 홀 사이에 문이 없어 주방 앞의 다른 종업원들이 모두 볼 수 있는 상황. 종아리 부분을 만진 사실은 인정되나, 강제로 추행할 의사와 성적 의도가 없는 신체 접촉일 수 있다
나가며
강제추행 사건은 성별과 관계없이 각계각층에서 일어나고 있고, 그 정황과 경위도 제각기 다르므로 위의 판례가 정석이라고 말씀드릴 순 없습니다. 그러나, 성추행 고소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주관적인 감정도 상당히 중요한 동시에 객관적인 '보통의 일반인 사람들이 느꼈을 때 추행으로 느껴질 만한 요소'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추행을 당했을 시, 누구라도 이런 상황에서 수치심을 느꼈을지가 가장 우선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는 것이죠.
대부분의 성범죄 사건은 목격자나 직접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사기관과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에 무게를 두고 사건을 살펴보게 됩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진술이 수차례 번복되거나 모순될 시 전체적으로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고, 가해자 입장에서는 바로 그러한 피해자의 일관되지 않거나 모순된 진술을 파고들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해야 하는데, 이 과정을 일반인이 해내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초기부터 변호사 선임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강제추행고소 인정 범위가 상당히 넓은 만큼, 타인과 불가피한 신체 접촉만으로도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 실제 혐의에 해당하는지 법률적인 판단부터 해봐야 할 것이며, 수사 초기부터 형사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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