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형량을 기존 판례보다 더 높일 것을 대법원에 권고하기로 했습니다.
N번방 사건으로 인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부쩍 높아진 가운데, 그동안 해당 사건은 '혐의와 관련한 형량 기준이 따로 설정되어 있지 않아 범죄자들이 "솜방망이"처벌을 받는다'라는 지적이 이어져왔습니다. 사안이 심각해짐에 따라,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동종 범죄의 적절한 형량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건과 관련한 보도가 매일같이 브리핑되면서, 아청법 위반과 그에 대한 처벌 수위를 궁금해하시는 분이 많아졌습니다. 법무법인 오른도 N번방 사건과 관련한 쟁점에 대해 포스팅해드린 바 있으나, '음란물 소지'에 관한 보다 심층적인 상담이 많아진 관계로 오늘은 그 이야기를 더 확장시켜 설명해드리고자 합니다.
위 포스팅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아동 음란물 제작·유포·소지는 처벌받는다.
2. 아동 음란물 단순 관전은 처벌받지 아니한다.
3. 아동 음란물 단순 관전의 도구가 '텔레그램'이라면, 수사 협조 여부에 따라 처벌받을 가능성 높다. ('텔레그램'은 '관전과 동시에 소지'가 가능한 시스템이기 때문)
여기서 중요한 쟁점은 '피치 못할 관전인데, 소지 죄를 받나?' 일 것입니다.
음란물 소지죄 실제 처벌 수위
우선, 한국에서는 '아동 성착취물 소지 자체만으로도 불법'이 맞습니다. 이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웹하드, P2P 등 다양한 영상기록 매체 플랫폼에 똑같이 적용되므로, 만일 아동 성착취물을 발견했다면 실수든 고의든 그 자리에서 신고 및 삭제 조치를 해야 합니다.
1.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2.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판매·대여·배포·제공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소지·운반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 한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3.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배포. 제공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4.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제작할 것이라는 정황을 알면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의 제작자에게 알선한 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5.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6. 제1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다만 판례를 따져봤을 때 '과실범'은 처벌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1) 본인도 모르게 다운로드했는데 '아동 성착취물'이었다던가 2) 중고로 얻은 하드디스크에 들어가 있었다거나 3) 열어보지도 않았던 동영상인데 알고 보니 아동 성착취물이었다 하는 특수한 경우를 말합니다.
<아동 음란물 단속 관련 설명자료 참조, 경찰청 브리핑>
Q. 아동 음란물인지 모르고 다운로드했다가 바로 삭제한 경우도 처벌 대상인가요?
A. 아닙니다. “재밌는 자료”또는 “좋은 자료”라는 이름으로 되어 있어 다운로드했다가 아동 음란물임을 확인한 후 바로 삭제했다면 이는 소지 고의가 없다고 판단되어 처벌받지 않습니다.
Q. 웹사이트에 게시된 아동 음란물 사진이나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본 경우도 소지한 것으로 처벌받나요?
A. 아닙니다. 단순히 보기만 한 경우는 소지 행위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게시하는 방식에 따라 해당 사진이나 동영상이 컴퓨터에 저장되면서 보이는 경우는 소지 행위에 해당되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만일 이러한 때가 아니라 본인이 '사전에 충분히 미성년자임을 인지한 뒤' 구매 및 다운로드한 경우, 이는 명백한 소지죄로 인정되어 관련 법에 의거한 형사처분을 받게 됩니다. 파일을 재차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그게 어떤 형태였든 간에 이는 누군가에게 유포·공유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둔 것이라고 간주되는 것이죠.
그러나 이미 동영상 삭제 조치가 끝났거나 기기를 교체한 경우라서 더 이상의 재생이 불가능한 상태라면, 검찰로써도 소지죄에 대한 증거를 입증하지 못할 것입니다. 만에 하나 구매나 다운로드 내역으로 수사가 착수된다 하더라도 추가 배포 없이 단순히 동영상을 다운로드하고 지운 정도라면, 이는 누군가에게 배포·공유하고자 하는 고의성도 없는 것이기 때문에 유죄를 선고하기에는 다소 비합리적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고의성 입증은 당사자 본인의 몫입니다. 수사 기관이 증거를 찾아내 '불법 촬영·유포물을 시청해 소지했다'란 혐의를 씌웠다면, 이에 대한 변론으로 단순 호기심에 의한 시청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죠.
정말 그러면 안 되지만...
제가 비번 치고 들어가는 오카방 통해서 언제 한번 아청법 음란물을 다운받아 본 적 있습니다.
그때 몇 번 본 뒤로 관리자가 동영상을 삭제했는지 어쨌는지
파일을 찾을 수 없다고 하면서 재생이 안 되는데요.
요즘 n번방 이슈 터지면서 무서워서 제가 먼저 채팅방 나오기했고,
그 사람들 연락처도 모르고 무슨 방인지도 다시 찾지도 못합니다.
근데 그 방에 있는 사람 중에 누가 신고하면 어떡하죠?
이런 것도 소지죄로 인정될까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극도로 높아진 현 상황이라면, 경찰기관이나 법조계 모두 예민해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사건에 대한 '고의성'은 여러 가지 조건에 의해 판단되는 것이기에 텔레그램같이 자동 저장이 내장되어 있는 시스템인가, 그 사실을 인지하고 시청했는가에 대한 여부가 큰 쟁점이 될 것입니다. 만에 하나 자동 저장이 되었더라고 한 번도 재생하지 않았다면 사안은 매우 가벼운 정도로 끝날 것이나, 기록 상 재생 흔적이 있다면 수사기관에서 유죄를 상정하고 기소를 할 가능성도 높다 하겠습니다.
때문에 '소지죄'에 대해 반박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과 단절되어 더 이상 해당 동영상을 유통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구체적 논거를 통해 입증해야 합니다.
나가며
양형위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기존 판례보다 더욱 무거운 처벌을 내리고, 법정형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범죄에 관련해서도 권고되는 형량의 범위보다 더 더 무거운 양형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추가 회의에서 양형기준안을 의결시키고, 이후 수개월 뒤 양형기준안을 확정하게 되는데요. 따라서, 관련 혐의에 대한 양형의 기준은 지금과는 조금 다른 형태를 띠고 있을 수 있겠습니다.
물론 양형기준안은 관보에 게재된 날 이후 공소가 제기된 범죄에 대해 적용하게 되므로 '박사' 조주빈 등 일부 기소가 된 n번방 관련자들에게는 강화된 양형기준이 적용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나, 향후 형량을 정할 때 참고할 수 있을 정도의 효력은 발휘하는 만큼, 관련한 사건에 있어 무조건 '가벼운 처벌'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만일 비슷한 사안으로 성착취물 소지죄에 대한 위기에 처해계시다면, ① 해당 영상물이 아청법 음란물임을 인지하지 못했다 ② 해당 사실을 인식한 후 곧바로 탈퇴했다 ③ 영상물도 즉시 삭제하였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할 것이며, 과정에 있어 애로사항을 겪을 시 관련법에 능통한 형사전문변호사와 충분히 상담해보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오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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