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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중 폭행 정당방위 인정받으려면

불편한 형사소송 이야기

by LEGALMIND-LAW 2020. 12. 2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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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는 1988년 한 주부가 귀갓길에 성폭행을 시도한 남성의 혀를 절단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 여주인공은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과잉방위를 이유로 구속 기소되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는데요,

실제로 성추행을 뿌리치기 위해 피해 여성이 대항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에게 해를 입힐 경우, 정당방위가 아닌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성추행 피해자의 폭행 정당방위와 과잉방위의 기준 및 대응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형법에서 인정하는 정당방위 기준, 딜레마는?

형법 21조에서는 정당방위를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언뜻 명료해 보이는 이 문장은 실제 범죄 현장에선 상당히 까다롭게 적용되는데요, 부당 침해 행위의 시점 ‘현재의’로 적은 표현 때문입니다.

폭행 피해자가 정당방위를 인정받으려면 가해자의 폭행을 멈추게 할 정도의 반격만 해야 합니다. 만일 추가 폭행(미래의 위협)을 우려해 확실히 제압하려다 상대방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히면 오히려 '과잉방위'로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현행 형법이 규정한 정당방위 요건이 까다롭다 보니 현실과는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37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을 살해한 김 모(62·여) 씨는 가정폭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남편의 폭력을 이기지 못해 돌로 내리쳤는데요, 재판부는 남편이 쓰러져 더 이상 저항이 불가한데도 가해 행위가 계속되었으므로 정당행위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사안은 당장의 위협에서 벗어나는 ‘소극적 방어 행위’가 대부분입니다. 사이가 좋지 않은 이웃이 문 앞에 찾아와 자신을 끌어내려 하자 그를 걷어차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린 사건(2014년)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됐는데, 이는 문 뒤에 임신 중인 아내와 4세 쌍둥이가 있었던 점이 고려됐습니다.

성추행에 대항해 가해자 혀 절단한 여성 불기소 이유 '면책적 과잉방위'란

얼마 전 성추행을 저항하는 과정에서 가해자 남성의 혀를 절단한 여성에 대해 경찰이 처벌 대상이 아니라며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여성은 '강제 추행을 하려던 남성에 대항하기 위한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고, 성추행 남성은 '과잉방위에 따른 중상해'라고 맞섰습니다.

경찰은 혀를 절단한 행위를 정당방위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해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들은 결과 과잉방위에 해당하긴 하나 형법 제21조 제3항을 적용해 처벌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습니다.

그 이유는 형법 제21조 2항에는 방어행위가 정도를 초과한 경우라도 ① 그 행위가 야간에 발생했거나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 경악, 흥분, 당황으로 발생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추행 과정에 발생한 혀 절단 사건, 정당방위 인정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강제추행 과정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와의 실랑이 과정에서 혀 절단 사건은 생각보다 꽤 다양한 사례가 있는데요, 판례를 살펴보면 '혀 절단'의 행위를 두고 정당방위로 인정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서로 상존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10년간의 '혀 절단' 관련 정당방위 판례를 분석한 한국일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당방위 여부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주는 요소로는 두 사람 간의 친밀도, 공개된 장소에서 발생했는지 또는 주위에 도와줄 일행이 있었는지, 혀 절단 후에도 계속해서 방어행위를 했는지 등이 주요 판단 기준이 되었습니다.

즉 두 사람이 평소 친분이 있었거나, 공개된 장소에서 성폭력이 발생해 도움을 받을 수 있었거나, 혀를 절단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가해자를 공격한 경우에는 과잉방위로 보는 경향이 있었는데요,

평소 알고 지내던 남성이 라이브 카페에서 강제로 키스하자, 남성의 혀를 깨물어 자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진 50대 여성에 대해 법원은 "주점은 공개된 장소로서, 두 사람 이외에 다른 손님이 있었고, 여성이 두 손이 자유로운 상태였기 때문에 혀를 깨무는 방법 이외에 다른 수단을 사용할 수 있었다"라며 여성의 정당방위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또, 여러 차례 자신과 술을 마시고 모텔에 간 적이 있던 남성이 갑자기 자신의 입에 혀를 집어넣자, 남성의 혀를 깨물고 빈병으로 남성의 이마를 내리친 여성의 경우는 상해 등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는데요,

여성의 행위가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한 배경에는 두 사람이 모텔에 같이 갈 만큼 친밀한 관계였고, 혀 절단 이후 강제 키스가 중단됐음에도 여성이 계속해서 공격했다는 점 때문에 여성의 행위를 과잉방위로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정당방위가 인정된 이유는 길거리에서 쉬고 있던 만취 상태인 여성에게 초면의 남성이 다가와 차량에 태운 점, 인적이 드문 곳에 차를 세우고 강제로 키스를 한 점, 김 씨가 주위의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상태였던 점, 강제 키스가 종료하자 피해 여성이 방어행위를 중단한 점 등이 고려되어 면책적 과잉방위, 즉 형법 제21조 제2항을 적용해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1964년 성추행범 강제 혀 절단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70대 여성이 최근 무죄를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번 부산에서 발생한 성추행 혀 절단 사건이 면책적 과잉방위로 인정되면서 앞으로 성폭행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 범위를 넓혀야 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입니다.

성추행 과정에서 폭행이 발생해 가해자로부터 오히려 폭행이나 상해죄로 고소를 당한 피해자라면 수사 초기부터 면책적 과잉방위를 통해 죄가 없음을 주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형법이 정하고 있는 정당방위의 기준은 앞서 소개해드린 바와 같이 실제로 입증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르는 만큼 해당 사안에 대한 면밀한 법적 판단을 구해보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불편하지만 진실을 말하는 법무법인 오른은 형사 전문 변호사가 직접 상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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