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성범죄자 등의 신상정보를 임의로 공개하는 웹사이트 '디지털 교도소'에 '지인 능욕'이라는 죄목으로 이름과 얼굴 등이 공개된 대학생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의 정확한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신상 공개 후 극심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7월 음란물에 지인의 얼굴을 합성하는 '지인 능욕'죄목으로 신상이 공개된 A 씨는 사망 전 디지털 교도소에서 제기한 혐의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 바 있습니다.
논란의 중심, 디지털 교도소
디지털 교도소는 강력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 대해 신상을 공개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불법 개인 정보 유포 웹사이트입니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한국이 아닌 러시아 도메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교도소가 화제의 중심이 된 사건은 바로 지난 7월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 씨에 대해 한국 법원이 미국 송환을 불허하자 당시 손 씨의 얼굴과 나이, 출신학교를 공개하면서 세간의 큰 지지를 얻으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당시 인터뷰를 살펴보면, 디지털 교도소 측은 '대한민국의 악성 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해 사회적으로 심판을 받게 하려 한다'라고 그 설립 취지를 밝히며, 이들의 신상 정보를 30년간 공개하겠다고 알렸습니다.
지난 6월 설립 후 현재까지 디지털 교도소에 공개된 신상 정보는 모두 1000여건.
손정우 씨의 신상 공개로 국민들의 강력한 지지를 얻었지만, 실상 디지털 교도소의 신상 공개 여부를 두고 적법성 논란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바로 법적 절차는 무시하고 '운영진의 검증'만으로 일반인의 신상을 공개해 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7월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이 공개된 유튜버 B 씨. 하지만, B 씨는 실제 가해자와 동명이인일 뿐 아무런 관계가 없음이 드러났습니다.
디지털 교도소 허위 게시물 논란
디지털 교도소의 신상 공개로 고초를 겪은 모 대학 의대 교수 C 씨.
지난 6월 난데없는 디지털 교도소 신상 공개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그의 죄목은 성 착취 동영상 구매 시도.
디지털 교도소에는 자신의 신상과 휴대폰 번호, 자신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성 착취 동영상을 구매하기 위해 시도한 텔레그램 대화 캡처 화면이 게시되어 있었습니다.
명백한 허위.
사실이 아니었지만,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루에도 수백 통씩 오는 욕설 가득한 문자, 주변의 차가운 시선들, 말 그대로 창살 없는 감옥에 있는 것과 같았다고 합니다.
결국 C 씨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불명의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를 상대로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
그는 스스로 경찰에 자신의 휴대폰을 제출하고 자신과 관련해 올라온 디지털 교도소 게시물이 허위임을 밝혀달라며 불명의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들을 상대로 허위 사실 적시 명예 훼손으로 고소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아래와 같은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1) 고소인의 휴대전화에는 디지털 교도소에 게재된 것과 같은 대화 내용이 존재하지 않음
- 고소인이 성 착취물을 구매하려고 의심할만한 대화, 사진, 영상 등이 발견되지 않았고 대부분 카카오톡과 문자 메시지를 사용하며 텔레그램은 특정 모임에서만 이용 중
2) 디지털 교도소에 게재된 C 씨가 작성했다고 추정되는 글에서 발견된 특정 단어의 맞춤법이나 말줄임 등 문자 작성 습관과 휴대전화에서 추출된 메시지 99,962건 중 C 씨가 발송한 내용을 상호 비교한 결과, 서로 일관되게 달라 디지털 교도소에 게시된 텔레그램 채팅 작성자는 C 씨가 아닌 것으로 판단됨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 훼손 죄로 인정된다면,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에 의해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디지털 교도소의 위법 여부
정의 구현이냐, 마녀사냥이냐
디지털 교도소의 위법 여부를 두고도 공익을 전제로 한 신상 공개라는 여론과 개인이 무슨 근거로 마녀사냥식으로 타인의 신상 정보를 공개할 권한이 있느냐에 대한 불만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타인이 정보통신망을 활용해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공개할 경우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제55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습니다.
또,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설령 사실이라 하더라도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정보통신망법상 사실 적시 명예훼손, 이것이 허위 사실이라면 허위 사실 적시 명예 훼손에 의해 처벌 가능하며, 형법상 모욕죄 처벌도 가능합니다. 단, 이는 반의사불벌죄로 고소인의 고소가 있어야만 진행됩니다.
이에 대해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는 "본 웹사이트는 동유럽권 국가 벙커에 방탄 서버(Bullet proof Server)를 두고 강력히 암호화해 운영하고 있다"라며 "대한민국의 사이버 명예훼손, 모욕죄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외 서버업체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와 절대 공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개설했고 댓글을 남기는 방문자도 추적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라며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다 댓글 제보자가 고소당하는 일이 발생해 아예 추적이 불가능한 사이트를 연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디지털 교도소에 공개된 신상정보 공유했다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수도
몇 달 전 '디지털 교도소'라는 곳을 알게 된 A 씨는 이곳에서 n 번방을 포함한 각종 범죄 의혹을 받는 사람들의 사진과 신상이 여러 증거와 함께 게시돼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A 씨는 이들에게 '사회적 심판'을 내려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한다는 디지털 교도소 운영 취지에 공감하고, '디지털 교도소'와 연계된 인스타그램 '1bunbang'에 공개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유포 의혹을 받는 이들의 신상 정보를 링크와 함께 본인 SNS에 올렸습니다. 신상이 널리 알려져 이들이 피해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껴보길 바랐습니다.
그러나 며칠 후 A 씨는 본인이 고소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또 본인이 올린 게시글을 공유해 간 지인도 마찬가지로 고소당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고소장에 적혀 있는 혐의는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디지털 교도소 측은 서버가 외국에 있고 고소를 해도 추적이 불가능하다고 밝혔지만, 만일 디지털 교도소에 공개된 타인의 신상정보를 자신의 SNS에 공유하면 고소인의 고소가 있을 경우,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공익적 요소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고 지지한다고 하더라도 디지털 교도소의 신상 공개는 위법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범법 행위가 되는 것이고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찰은 추가로 디지털 교도소의 위법 논란에 대해 수사를 착수하겠다고 했으니, 사법 절차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개인이 이에 동조해 남의 신상을 공개하고 퍼뜨리는 행위는 각별히 유념해야겠습니다.
위법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타인의 신상을 온라인상에 게시했다가 위기에 처했다면 형사 전문 변호사의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감경 받을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자세히 따져보고 경찰 수사에 응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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