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석방제도, 보석
'보석'이란 일정한 보증금(보석금)을 납부하거나 보증인을 세움으로써, 구속의 집행을 정지하고 구류 중인 피고인을 풀어주는 제도입니다. 이미 공소가 제기되어 피고인이 된 자에게만 인정되는 제도이며, 아직 수사 단계에 있는 '피의자'에게는 보석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보석제도는 단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다는 것뿐이지 돈을 내고 '죗값을 치렀다'라는 뜻이 아니란 겁니다.
피고인의 구속사유는 대개 증거 훼손이나 도주의 우려입니다. 재판 과정에 있어 "증거 훼손이나 도주를 하지 않겠다"를 담보로 풀려나는 것이죠. 따라서 보증금을 내고 풀려났는데 도주나 증거 훼손을 한다면, 보석금이 몰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이 도주하지 않고 재판 출석에 성실히 협조한다면 보석금은 돌려받게 되므로, 보석은 완전한 '석방'이 아니라 '조건부 석방'이라고 봐야 합니다.
보석 청구 받아든 법원은...
보석허가 청구서를 제출할 땐, 보석에 적합한 조건을 밝히고 이에 대한 소명자료를 제출합니다. 법원은 보석 청구일부터 7일 이내에 결정을 해야 하며, 필요시 이 이후라도 보석 결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만일 아래에 열거될 보석 사유나 조건에 하나라도 어긋나는 것이 있다면, 보석은 허가되지 않습니다.
필요적 보석과 임의적 보석
형사소송법은 보석을 '필요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필요적 보석이란, 보석의 청구가 있을 때 아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보석을 허가한다는 제도입니다.
<필요적 보석을 할 수 없는 경우>
-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때
- 누범에 해당하거나 상습범인 죄를 범한 때
- 죄증을 인멸하거나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 피고인의 주거가 분명하지 아니한 때
- 피고인이 피해자, 당해 사건의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자 또는 그 친족의 생명·신체나 재산에 해를 가하거나 가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형사소송법 제95조]
다만 법원은, 필요적 보석을 할 수 없는 때라도 보석을 허가해야 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직권 또는 청구인의 청구로 보석허가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를 '임의적 보석'이라고 말하는데, 대개 피해자와의 합의나 합의금에 준하는 공탁, 수술과 같은 긴급한 사정 등이 있는 때 인정됩니다.
실무상 '도망할 염려'의 사유로 보석이 불허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 외 사유와 함께 보석이 불허된 경우는 무려 80% 이상이었는데요. 이를 반영하듯 최근 10년간의 보석허가율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전체 피고인 10명 중 3명만이 허가를 받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는 사법부가 공판중심주의(수사기관에서의 증거보다 법정에서 제시되는 증거와 증언을 우선으로 인정)와 피고인에 대한 무죄 추정의 원칙을 강화하면서, ‘구속할 필요가 있는 사람만 구속한다’는 원칙이 자리 잡았기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때문에, 형사사건 전체를 놓고 본다면 수사 초기부터 '구속'을 막는 것이 관건입니다. 사건 발생 즉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할 이유도 여기서 발생하는 것이고요. 다만 변호사 선임이 조금 늦어졌다고 할지라도 보석 자체는 기소 후 재판 확정 전까지 언제라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수시로 변호사와 접견해 보석에 유리한 자료를 내고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보석제도의 조건
보석이 제외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필요하고 상당한 범위 안에서 다음의 조건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해야 합니다.
<보석의 조건>
-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장소에 출석하고 증거를 인멸하지 아니하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할 것
- 법원이 정하는 보증금 상당의 금액을 납입할 것을 약속하는 약정서를 제출할 것
- 법원이 지정하는 장소로 주거를 제한하고 이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는 등 도주를 방지하기 위하여 행하는 조치를 수인할 것
- 피해자, 당해 사건의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자 또는 그 친족의 생명·신체·재산에 해를 가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하고 주거·직장 등 그 주변에 접근하지 아니할 것
- 피고인 외의 자가 작성한 출석보증서를 제출할 것
- 법원의 허가 없이 외국으로 출국하지 아니할 것을 서약할 것
- 법원이 지정하는 방법으로 피해자의 권리회복에 필요한 금원을 공탁하거나 그에 상당한 담보를 제공할 것
- 피고인 또는 법원이 지정하는 자가 보증금을 납입하거나 담보를 제공할 것
- 그밖에 피고인의 출석을 보증하기 위하여 법원이 정하는 적당한 조건을 이행할 것
법원은 위 조건을 판단하는 데 있어 범죄의 성질, 증거의 증명력, 피고인의 전과·성격·환경 및 자산,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나 범행 후의 정황에 대한 사항을 고려합니다.
보석금액은 얼마 정도여야...?
우리나라 형법은 '피고인의 자산으로 이행할 수 없는 보증금을 내걸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얼마간의 보석금을 내야 하는지 별다른 기준은 없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납부 가능한 금액 안에서 범죄 내용, 죄질, 경제력 등을 고려해 보석금을 산정합니다.
경미한 범죄이거나 경제력이 낮은 상태라면 300백만 원~1천만 원 정도이고, 그 외의 범죄에는 차등 적용된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러나 이 또한 오롯이 법원의 재량이며, 유사한 사건의 피고인들도 각각 다른 수준의 보석금을 부과 받으니 큰 참고사항은 아닙니다. 만일 피고인이 유죄판결을 받아 벌금을 내거나 감옥에 가게 되더라도 어쨌거나 법정에 잘 출두했다면 보석금은 돌려받게 되므로, 재판에 성실히 협조함으로써 재판부의 선처로 유리한 판결을 얻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한편, 보증금은 현금 납부가 원칙일 것이나 경우에 따라 보석보증보험증권으로 갈음할 수 있고, 경제력이 없는 피고인에겐 서약서와 출석 보증서만을 조건으로 한 보석도 허용하고 있습니다. 실무상 현급 납부냐 보험 납부냐에 대해선 각각 실제 납부금액이나 회수금액에 대한 차이가 있으므로, 보석청구 전 형사전문변호사와 면밀히 상담해 본인에 맞는 조건을 찾아 재판부에 의견을 제시해야 합니다. 동시에,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반성과 피해 회복에 대한 의지를 보인다면 재판에 대한 성실한 협조가 기대되어 보석이 유리하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이후 보석 받은 피고인이 보석 조건을 어겼다면 그 위반 수준에 따라 보석금이 삭감될 수 있고, 도주나 증거인멸을 시도해 보석이 취소된다면 보석금이 전액 몰수될 수 있으므로, 어렵게 얻은 방어권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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