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블로그에 수사기관이 고소장 접수를 거부한 경우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사실 가장 고소장 접수 거부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것이 명예훼손이다. 명예훼손으로 극심한 피해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접수 자체가 거부된 경우, 나 홀로 민사소송을 진행하여 손해배상을 받는 방법이 있다.
순서대로 일목요연하게 설명드리오니 참고하여 피해 회복을 받길 바란다. 참고로 이 글은 형사소송 과정에서 합의를 본 경우 민사 제기가 불가능한 사안에는 해당되지 않을 수 있다. 합의서에 '... 이후 형사 민사상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있다면 해당되지 않으므로 참고 바란다.
첫 시작은 정밀한 증거수집부터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우선 청구원인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명예훼손 피해를 받았다면 상대방이 나에게 명예훼손을 했다는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우선 글쓴이, 날짜, 내용이 모두 담긴 댓글이나 게시글을 캡처하여 준비한다. 이른바 'PDF 준비 중'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 것이다. 악플로 고생하는 연예인들이나 유명인들이 자주 쓰는 말. 캡처 이후에는 상대방이 글을 삭제하더라도 소용없으므로 'PDF 따고 있다, PDF 준비 중'이라는 말은 '명예훼손으로 당신들을 고소할 것'이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그리고 먼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여 얻은 결과, 즉 기소유예나 약식명령 등 처분이나 형사판결 결과 서류를 준비한다. 형사소송에서 상대방의 죄가 인정됐다면 민사소송은 일사천리다. 패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한 명예훼손으로 인하여 극심한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을 얻었다면 이에 관련한 별도의 진단서가 필요하다.
우선 명예훼손에 따른 위자료 산정은 중대 피해와 일반 피해로 나뉜다. 중대 피해는 피해자의 영위하여오던 개인생활・사회생활・경제활동에 미친 영향이나 훼손된 명예・신용의 가치가 중대한 경우를 말하는데, 예를 들어 자신의 사업이 중대한 피해를 입어 파산하거나, 직업을 잃거나, 사회활동에 현저한 지장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반면 일반 피해는 개인생활이나 사회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 피해에는 이르지 아니한 경우, 즉 상당히 명예와 신용에 타격을 받았으나 중대하지는 않은 경우이다.
또한 허위사실을 바탕으로 특정인을 모함하여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경쟁자의 영업을 방해한 경우, 이익을 위해 악의적이고 영리적인 모함을 한 경우, 신뢰도나 인지도가 높아 전파성이 있는 영향력이 상당한 사람을 명예훼손한 경우 특별 가중사유가 되어 위자료가 가중되므로 이에 관련한 입증자료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피고인 특정하기
우선 상대방, 즉 가해자의 이름과 주소를 특정해야 한다. 다만, 형사고소를 따로 진행하지 않았거나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명예훼손은 상대방의 닉네임만 알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특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정보제공 청구를 하여 이름과 연락처, 주소 등의 정보를 알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상대방의 주소지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면 된다.
일단 성명불상으로 자신의 주소지 법원으로 소장을 제출할 수도 있다. 다만 사실조회 신청을 통하여 피고의 인적 사항을 차후에 보완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해야 하며, 소 제기 후 즉시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 (예를 들어 네이버나 다음 등 게시글이 작성된 사이트의 사업자)에게 해당 글을 작성한 자의 성명과 연락처 등을 사실조회 신청할 수 있다.
회신 받은 연락처 및 정보 등을 확보하여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 KT나 SK, LG 등에 상대방의 주소지와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을 다시 신청한다. 어느 한 군데에만 신청하는 것이 아닌, 3군데 모두에게 신청을 진행해야 한다.
이후 자료를 받았다면 민사 소송에서 당사자 표시 정정 신청을 하게 되고 상대방의 관할법원으로 이송된다. (신속하게 이송하게 하기 위해 따로 신청하는 것이 좋다)
앞서 말씀드린 바대로 형사고소가 진행되었다면 상대방의 인적 사항을 파악하기 쉬우므로 위와 같은 절차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 형사기록을 열람하면 될 일.
충실히 자신을 변호하기
대한민국의 민사소송은 사건의 시시비비를 재판부가 판단하는 것이 아닌, 원고가 청구한 내용만을 소극적으로 판단하는 원칙인 변론주의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청구원인을 본인이 충분히 입증해야만이 승소할 수 있는 것이다.
불성실한 입증으로 패소 판결을 받게 되면 이후 동일한 사건에 관하여 소송을 제기할 수 없으므로 최선을 다해 항변하길 바란다. 아울러 모든 소송에서는 항상 상대방의 항변 또한 존재하는 바, 항상 세심하게 증거자료를 준비하고 논리적으로 자신이 받은 피해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보통 변호사의 몫이기도 한데, 이 포스팅은 나 홀로 소송을 준비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가 자신에게 악플을 달며 명예훼손한 경우 하나하나 소송에 집중하기 어려우므로 이와 관련한 좋은 로펌을 찾길 바란다. 다만, 다수를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닌 한 명을 상대로 하는 소송은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충분히 홀로 대응할 수 있으므로 잘 헤쳐나가보자. 중대한 피해를 입었다면 또 다른 이야기겠지만...
각설하고, 종종 나 홀로 소송을 진행하며 상대방의 입장을 파악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을 무리하게 호소하다가 좋지 않은 결과를 받고 법원의 불공정함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재판부는 법률을 검토하고 논리와 절차에 따라 가장 합리적인 사법 판단을 내리는 곳이다. 보통 불공정한 재판 결과를 받았다는 분들을 살펴보면 논리적이지 못하고 막무가내 식의 변소를 진행한 경우가 많다.
최대한 전략적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이에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도록 하자.
판결문 확보와 강제집행
자, 이제 마무리 단계다. 승소 판결을 받았다면 판결문을 보관해두자. 2주 안에 상대방이나 본인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판결이 확정되고 집행력을 갖게 된다. 생각보다 상대방이 판결문 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상대방의 재산을 강제로 압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보증금 반환채권이나 자동차, 부동산, 예금 등을 압류할 수 있는데 이러한 강제집행은 명예훼손과는 또 다른 영역으로, 높은 확률로 또 다른 변호사를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반드시 상담하여 '받아야 할 돈'을 지급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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