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죄란, 수사기관에 피해 사실을 거짓으로 신고하는 범죄로 쉽게 말해 '허위신고'에 대한 범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선량한 피해자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형벌을 받게 하고 사법질서를 교란시킨 범죄로 간주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혹은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등 상당히 중한 형벌이 내려집니다.
무고죄의 성립요건
무고에 대한 신고방법은 자진하여 사실을 고지하는 한 구술이든지 서면이든지, 혹은 고소든지 고발이든지 일반적으로 범죄 사실을 신고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불문하고 가능합니다. 또, 무고 고소장이라고 해서 특별한 양식이 따로 마련된 것은 아니고 일정한 양식에 무고죄의 피해자 인적 사항 및 피해를 본 사실 등을 기재함으로써 서면으로 접수합니다.
무고 고소장을 쓰기 전에, 먼저 무고죄의 기본적인 성립요건을 잘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무고죄의 내용이 '허위사실'에 부합해야 합니다. 허위 사실로 인한 범죄의 "중요내용"에 대해, '허위로 진술한 것인가'가 해당되어야 합니다. 만일 단순히 신고, 고소 내용이 진실인지 아닌지 인정할 수 없는 소극적 증명만이 남아있다면 무고죄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또, 무고행위 당시 상대방이 이 허위신고로 인해 형사처분·징계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었던 경우에는, 아무리 본인의 잘못을 뉘우쳤다 할지라도 고의가 증명되는 한 무고죄는 성립됩니다.
1. 상대에게 고의적으로 형사처분 또는 징계를 주려는 목적, 즉 고의성이 존재하는가
2. 신고한 내용 및 신고 내용 중 일부라도 '허위의 사실'인가
3. 법적 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경찰, 검찰 등 공무원이 사무를 보는 공무소나 공무원에게 직접 신고하였는가
성범죄에 대한 무고죄
무고 가운데에서도 심각성이 두드러지고 있는 분야는 단연 성범죄 사건일 것입니다. 인기 남연예인들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이들이 되레 무고로 입건되는 사건이 잊을만하면 종종 발생하곤 하는데, 사실 성범죄와 관련한 무고 피해는 비단 연예인들만의 일은 아니겠죠.
대부분 은밀한 곳에서 이뤄지는 성범죄 사건의 특성상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해 관련 수사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일반인들조차도 이를 악용해 성범죄 혐의로 고소하는 사례가 매우 빈번합니다. 하지만 뉴스에서 무고죄가 많이 언급되는 것과는 달리, 실제 성범죄 무고죄가 성립되기란 그리 간단치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나의 성범죄가 인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상대방이 무고죄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무고죄는,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인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대법원 1984.1.24. 선고 83도 1401판결) 즉, 명백히 일어나지도 않은 사실에 대해 "거짓으로 성범죄를 당했다"라고 고소를 해야 성립하는 범죄란 것이죠. 피의 사실이 어느 정도 존재하고, 이를 토대로 피해자가 '사실에 기초해' 조금 과장으로써 고소를 했다면 이는 무고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허위사실의 신고라 함은 신고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한다는 것을 확정적이거나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신고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므로, 신고사실의 일부에 허위의 사실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허위 부분이 범죄의 성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고, 단지 신고한 사실을 과장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무고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1996. 5. 31. 선고 96도771 판결,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5939 판결 등 참조)
형사소송에서 무죄나 무혐의라는 것은 '피고인의 완전무결성을 인정했다'라고 할 수 없습니다. 만일 범죄사실에 대해 100% 유죄라고 할 만큼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면, 일말의 의심은 있더라도 '무혐의 처분'이나 '무죄 선고'는 가능하단 말입니다. 이는 무고죄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요. 신고 사실이 허위라고 입증이 되어야 무고죄가 성립하는 것이지, 단지 진실성을 인정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점만으로는 무고가 성립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다시 떠오르는 '성인지 감수성'
아래는 성폭행 고소에 관한 무고죄 성립 기준의 가장 최근의 판결입니다. 정리하자면, 본인이 성범죄에 있어 무죄 내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상대에게 무고죄를 묻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사실에 관하여 불기소처분 내지 무죄판결이 내려졌다고 하여, 그 자체를 무고를 하였다는 적극적인 근거로 삼아 신고내용을 허위라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됨은 물론,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자가 처하였던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아니한 채 진정한 피해자라면 마땅히 이렇게 하였을 것이라는 기준을 내세워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점 및 신고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관한 변소를 쉽게 배척하여서는 아니 된다.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
최근의 대법원은 많은 성범죄에 있어 '성인지 감수성'을 적용하고 있고, 이에 따라 수사기관과 법원도 피해자의 진술에 점점 더 무게를 두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한, 성범죄에 있어서는 그 어떤 상황에서라도 '피해자다움'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데요. 위 판례는 그러한 성인지 감수성이 '무고죄' 판결에까지 적용된 사례로써, 이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나가며
현실적으로 적극적 증명이 있는 큰 사건이 아니고서는 무고죄가 잘 적용되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성범죄를 당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기만 하면,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별다른 사유가 없는 한 유죄가 될 수 있고요.
그러나 이를 뒤집어 생각해본다면, 피해자에게 고소당한 즉시 형사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루빨리 억울함을 밝힐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주기적으로 변호인과 면담하고 증거자료를 확보함으로써 '적극적 증명' 요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러한 선제적 조치로써 적정 수위의 처벌을 이끌 수 있으며, 이후 형사보상이나 무고죄 고소 등으로 사건을 지혜롭게 마무리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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