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매체이용음란죄 재판 시 쟁점이 되는 것들
대개 통신매체이용음란죄를 단순한 성희롱이나 정보통신망법상 불법행위 등으로 넘겨짚는 경우가 많지만, 이 또한 엄연한 성폭력 범죄 중 하나입니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기타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본 죄의 성립요건을 다시 한번 살펴본다면, 아래와 같이 5가지 조건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본인 혹은 타인의 성적 욕망을 자극할 '목적'
2) 통신매체 이용
3)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 유발
4)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 전송
5) 상대방에게 도달
실무상 4), 5)의 증거관계는 매우 명백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수신자의 통신매체에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죠.
같은 이유로 2) 통신매체의 수단도 큰 쟁점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반드시 통신매체를 이용해 음란한 내용을 전달했을 경우에만 본죄가 성립한다'라고 못 박아두었고, 이웃에 본인이 직접 음란한 내용의 그림을 투서한 사건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이 판결을 두고, 평소 관심 있던 여성 직장동료에게 카카오톡으로 "나와 관계하지 않겠냐"라는 말을 보냈다가 신고받은 어느 피고인이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통신매체 외 다른 수단을 제외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 표현은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질 위험성이 크기에 "'통신매체만을 이용한 음란 표현'을 처벌하는 것은 합법하다"라고 말하며 위 피고인에게 벌금형 유죄판결을 내렸습니다.
따라서, AirDrop이나 클라우드 전송, 채팅어플 등을 모두 포함한 전화, 우편, PC 등의 통신매체가 그 범죄 도구로써 인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은 쟁점은 두 가지 1) 가해자의 성적인 목적과 3) 피해자의 성적인 수치심입니다.
성적인 목적
과거에는 해당 혐의의 범죄유형을 '목적범'으로 봤습니다. 즉,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고, 실제 가해자에게 그런 목적이 있었다는 것까지 모두 증명이 되어야 처벌되다는 것이죠. 그러나 최근 법원은 아래와 같은 새로운 판결을 내놨습니다.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는지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행위의 동기와 경위, 행위의 수단과 방법, 행위의 내용과 태양, 상대방의 성격과 범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성적 욕망’에는 성행위나 성관계를 직접적인 목적이나 전제로 하는 욕망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등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줌으로써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도 포함된다. 또한 이러한 ‘성적 욕망’이 상대방에 대한 분노감과 결합되어 있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도 9775 판결]
즉, 성적 욕망 목적이 증명되지 않더라도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줬다면 그것 자체도 성적 욕망 목적으로 간주돼 유죄라는 것입니다. 이전 판례에서는 성적 욕망의 목적이 아닌 단순히 상대방을 비하하거나 화내기 위한 목적으로 성적인 욕을 했다면 무죄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유죄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죠.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것’에 관하여 “피해자에게 단순한 부끄러움이나 불쾌감을 넘어 인격적 존재로서의 수치심이나 모욕감을 느끼게 하거나 싫어하고 미워하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서 사회 평균인의 성적 도의 관념에 반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도 21389 판결]
대법원은, 성적 수치심 또는 혐오감의 여부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되, 이중 성적 수치심의 경우 피해자와 동일한 성별과 연령대의 사람들을 기준으로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만일 상대방의 동의하에 음란 사진을 보냈다가 고소당했다면, 이는 대법원이 말하는 '인격적으로 수치심이나 모욕감이 드는 정도'로 보기 어려워 죄가 성립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법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각 사건에 있어 미리 단정 짓기는 이릅니다.
결과적으로,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사건이 발생한다면 수사기관과 재판부는 그 사건의 자세한 경위를 분석해 다양한 전후 사정을 종합하고 최대한 사회통념에 비추어 유무죄를 판단할 것입니다.
처벌 수위는 얼마나
통신매체이용음란죄 혐의가 인정되면 2년 이하의 징역 혹은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집니다.
대부분의 성범죄자는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는 등 각종 보안처분을 받습니다. 다만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벌금형'을 선고받는다면, 신상정보 등록 대상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이 경우 등록 대상 성범죄도 아니어서 신상정보가 공개되지도 않습니다.
이에 따라 다른 성범죄에 비해 처벌 수위가 가볍다고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통과된 'N번방 방지법'에 의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처벌로 그 수위가 다소 강화될 수 있는데요. 여전히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아니라지만, 벌금 500만 원 이하와 2천만 원 이하라는 액수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만약 범죄 전력이나 행위 태양, 재범의 위험성 등에 의해 죄질이 나쁘다고 인정된다면 '벌금형'이 아닌 '실형'이 선고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된다면 선고되는 형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문제가 된 경우, 성범죄 사건 경험이 풍부한 형사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증거가 매우 명백하므로, 사실관계에 있어 무작정 혐의를 부인하기보다는 변호사의 조력으로 슬기롭게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