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형사소송 이야기

약식명령 정식재판 후 순서

LEGALMIND-LAW 2020. 5. 27. 09:58

형사소송법 제448조

(약식명령을 할 수 있는 사건)

① 지방법원은 그 관할에 속한 사건에 대하여 검사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공판절차 없이 약식명령으로 피고인을 벌금, 과료 또는 몰수에 처할 수 있다.

② 전항의 경우에는 추징 기타 부수의 처분을 할 수 있다.

약식명령이란

형사사건이 발생하면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진행한 후 모든 수사기록을 검찰에 송치합니다. 이후 검찰은 사건 서류와 증거물을 통해 공소를 제기할지의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검사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불기소 처분 내지는 기소 처분을 내립니다. 만일 기소가 진행된다면 구약식(求略式) 혹은 구공판(求公判)이라는 검찰의 통지와 함께 관련한 절차가 뒤따릅니다.

검찰 통지서의 '구약식'은 "약식을 구한다" 즉, 해당 사건은 법원에 약식명령으로 청구하겠다는 뜻입니다. 재판을 거치지 않고 검사가 제출한 자료(서류, 증거물) 등 서면심리만으로 피고인에게 벌금․과료 또는 몰수를 부과하는 간이절차를 약식절차라고 하는데, 해당 절차에서 하는 서면 재판을 약식명령이라고 말합니다.

형사사건은 정식적인 형사소송 절차를 통해 유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죄의 경중을 따질 것 없이 모든 형사사건에 이를 적용하게 되면 피고인·검찰·법원 모두 다소간의 시간과 경제적 소모를 겪게 되는데요. 반면 약식절차는 형사재판의 신속을 기하는 동시에 공개재판에 따르는 피고인의 심리적, 사회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습니다.

약식명령의 의미는

흔히 약식명령으로써 얼마간의 벌금을 내라는 통보를 받으면, 얼핏 '과태료' 수준이라고 치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재판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혐의에 관한 부담도 덜었고, 소정의 금액을 납부함으로써 사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러나 둘의 의미는 사뭇 다릅니다. 과태료 내지 범칙금은 사회 규범을 어겼을 시 납부하는 금전벌에 해당하고 형벌의 성질은 없습니다. 반면 약식명령에서 말하는 벌금은 위법행위에 부과되는 일종의 '형벌'입니다. 유죄 선고와 비슷한 효력을 지니고, 전과 기록도 남는다는 것이죠. 특히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성범죄, 음주운전 등에 대한 100만 원 이상의 벌금은 취업제한이라는 불이익도 따라붙습니다. 만일 아청법을 위반한 성범죄라면, 약식명령만으로도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기 때문에 '과태료'와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진다고 해야겠습니다.

결국 이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약식 명령서에 의해 전과자가 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 같은 결과가 부당하다고 생각되었다면 7일 이내 정식재판을 청구해 법리적으로 대응해봐야 합니다.

약식명령 불복한다면

형사소송법

제453조(정식재판의 청구)

①검사 또는 피고인은 약식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의 청구를 할 수 있다. 단, 피고인은 정식재판의 청구를 포기할 수 없다.

②정식 재판의 청구는 약식명령을 한 법원에 서면으로 제출하여야 한다.

③정식 재판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법원은 지체 없이 검사 또는 피고인에게 그 사유를 통지하여야 한다.

법원은 정식재판 청구를 받은 즉시 그 제출 방식이나 기간의 도래를 우선 판단하고, 이 같은 청구가 적법하다고 인정되면 일반적인 형사재판과 같은 공판절차를 진행합니다. 피의자의 정식재판 청구는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취하할 수 있습니다.

정식재판 간다면... 결과 뒤집히나?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현재는 '형종 변경 금지' 개정안이 시행되어 정식재판 결과 죄질이 좋지 않다면 더 많은 벌금액을 내야 할 수도 있지만 벌금형에서 징역형으로 바뀌는 등의 처벌 수위가 올라갈 일은 없습니다.

과거에는 정식재판 청구에 따른 재판에서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이 있었습니다. 만약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 뒤 정식재판을 청구했다면, 재판에서 재차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벌금 200만 원 이상의 처벌은 없었다는 것이죠. 현재는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을 배제하는 개정법이 적용되어 정식재판에서 더 많은 벌금액이 인정되는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벌금형을 징역형 등으로 바꾸는 '형종 변경'은 여전히 제재되고 있습니다. 대법원 또한 약식명령에 불복해 이뤄진 재판에 대해선 "형종 상향 금지 원칙에 따라 징역형을 선고해선 안 된다"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457조의 2(형종 상향의 금지 등)

①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

②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어야 한다.

따라서 약식명령의 벌금형을 받았다고 해서 이를 그대로 둘 이유가 없고, 정식재판 청구에 대해서도 막연히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무리 적은 액수의 벌금형이라도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불이익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식명령이 내려진 사안에서 수사 단계에 미흡한 부분은 없었는지, 혹은 양형의 사항은 더 없는지 제대로 대응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죠. 실제 정식재판 이후 벌금이 감형되거나 무죄를 이끌어낸 케이스도 존재하므로, 형사전문변호사와 상담해 보다 나은 결과를 얻는 것이 좋겠습니다.

법무법인 오른이었습니다.